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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길 사유가 철학 에세이가 되는 순간: AI와 함께 탐구하는 새로운 사고의 경험

· 7min

귀가 길에 이런저런 생각하지 않나, 우리. 궤도라는 과학커뮤니케이터가 유튜브에서 Hal의 연구(우리는 미래의 자신을 타인처럼 여긴다)를 인용한 게 기억났다. 그리고 더그 홉스테터가 말한 ‘어떻게 물질은 생명으로 도약하는가’. 아 그래, 괴델 에셔 바흐. 이 둘을 엮으면 어떤 의미가 나올까?

보통이라면 이런 생각은 집에 도착하면서 함께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한국어 한 문장이 만든 마법

집에 도착하자마자 Claude를 열고 이렇게 물었다:

“괴델 에셔 바흐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으로 봤을 때, 테세우스의 배 또는 미래의 나를 타인으로 생각하는 현상, 또 그럼으로써 미래의 자신을 생생히 자신과 같다고 상상하고 이미지로 그리면서 더 충실하게 살게 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되는가”

아무런 준비 없이, 머릿속에 있는 그대로 던진 질문이었다. 문법도 완벽하지 않고, 논리적 구조도 흐릿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고가 함께 발전하는 경험

Claude는 내 애매한 질문을 받아서 체계적인 철학적 탐구로 발전시켰다. 호프스타터의 “이상한 고리” 개념을 중심으로 정체성의 연속성과 변화를 설명하고, 심리학의 “미래 자아 연속성” 연구와 연결하고, 실천적 함의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더 인상적인 건 과정이었다.

이건 단순히 정보를 찾아주는 게 아니었다. 내 막연한 직감을 받아서 논리적 구조로 발전시키고, 관련된 개념들을 연결하고,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내는 사고의 협업이었다.

“아, 내가 귀가 길에 느꼈던 그 연결감이 실제로 철학적으로 의미가 있었구나!”


예상보다 훨씬 자연스러웠던 것들

1. 개념 간 연결의 자연스러움

호프스타터의 “이상한 고리”와 테세우스의 배, 그리고 미래 자아 인식—이 세 개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직관적으로는 알겠는데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AI는 이를 “자기 참조적 정체성의 역설”이라는 프레임으로 묶어서 설명했다.

2. 추상적 아이디어의 구체화

“미래의 나를 생생히 상상하면 더 충실하게 산다”는 막연한 생각이 구체적인 심리학 연구와 실천 방법론으로 발전했다. 미래 자아 연속성 이론, 시간적 할인, 구체적 시각화 기법까지.

3. 철학과 실용의 연결

괴델 에셔 바흐 같은 고도로 추상적인 철학서의 개념이 일상의 자기 관리와 목표 설정에까지 연결되는 과정이 자연스러웠다.


이게 바로 “AI Native Mindset”인가

몇 달 전 “AI Native Mindset” 포스트를 쓸 때는 주로 기술적 측면에 집중했다. Systems Thinking, Learning Velocity, Taste 같은.

하지만 이번 경험을 통해 또 다른 차원을 발견했다: 사고의 확장성.

전에는 이랬다:

흥미로운 아이디어 발생 → 기억하려 노력 → 대부분 잊어버림 → 가끔 블로그에 단편적으로 기록

지금은 이렇다:

흥미로운 아이디어 발생 → 즉시 AI와 대화 → 체계적 탐구로 발전 → 종합적 이해와 통찰 → 정리된 에세이

속도가 다르다. 아이디어가 생겨서 잊어버리기 전에 바로 탐구할 수 있다. 깊이도 다르다.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웠을 연결과 통찰을 만들어낸다.


학습의 즐거움이 돌아왔다

대학 때 철학 수업에서 느꼈던 그 흥분이 돌아왔다. 서로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개념들이 갑자기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는 순간의 쾌감.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 접근성: 교수님 면담 시간을 기다릴 필요 없이 언제든 깊은 대화 가능
  • 속도: 막혔던 지점에서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음
  • 범위: 철학, 심리학, 인지과학을 넘나드는 통합적 관점

“어려운 개념을 배우면서 관련된 관찰들과 연결하는” 그 즐거움을 24시간 언제든 경험할 수 있게 됐다.


결론: 사고의 새로운 가능성

이 경험은 단순히 “AI 도구를 잘 써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사고하는 방식 자체가 확장되는 경험이다.

귀가 길에 떠오른 막연한 아이디어가 체계적인 철학 에세이가 되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미래의 학습과 탐구가 어떤 모습일지 엿볼 수 있었다.

AI Native Mindset의 핵심은 기술을 잘 다루는 게 아니라, AI와 함께 더 깊고 폭넓게 사고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은 생각보다 훨씬 가깝고, 자연스럽고,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