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ex

우리는 이미 에이전트와 일하고 있다

· 4min

우리는 이미 에이전트와 일하고 있다

요즘 AI 에이전트 이야기가 쏟아진다. 마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가 등장한 것처럼.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에이전트”와 처음 일하는 걸까?


《실용주의 프로그래머》를 다시 펼쳤다. 첫 장부터 agency를 말한다. 변명 대신 선택지를 제시하고, 자기 일에 책임지는 것. “내가 이걸 만들었고, 내 작업을 책임진다”고 말할 수 있는 것.

Agent의 어원은 라틴어 agere, ‘행동하다’. 누군가를 대신해 행동하는 사람. 대리인.

그럼 매니저들은 이미 에이전트와 일하고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보면 그렇다. 매니저들은 ‘실무’라는 이름 아래 온갖 일을 대리자에게 맡겨왔다. 코드, 문서, 버그, 테스트. 그 과정의 수많은 작은 결정들까지. 이게 delegation이다.

다만 그 대리자가 사람이었을 뿐.


그렇다면 AI 에이전트와 일할 때는 어떨까? 업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안드레 카파시는 올해 “vibe coding”이라는 말을 만들었다. “코드가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잊는” 코딩. 그는 솔직하다. “diff를 안 읽는다. 에러가 나면 복붙한다. 대부분 고쳐진다.”

동시에 경고한다. “에이전트는 아직 안 된다. 10년은 걸린다.” 그래서 “keep AI on a leash”—목줄을 놓지 마라.

좋은 매니저가 신입에게 하는 말과 똑같다. 맡기되 확인하라.


사이먼 윌리슨은 한발 더 나간다. 터미널 서너 개 열어두고 각 에이전트에 다른 부분을 맡긴다. 주니어 팀 돌리듯이.

거겔리 오로스(Pragmatic Engineer)는 이렇게 말했다. “대규모 팀 이끌어본 시니어에겐 직관적이다. 부하에게 위임하는 것과 같다. AI의 속도만 더해졌을 뿐.”

업계 전체가 비슷한 얘기를 한다. “모든 직원이 매니저가 되고 있다.” Microsoft는 이를 “agent boss의 부상”이라 부른다.


그런데 나는 이게 근본적으로 새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셈블리에서 고급 언어로. 수동 배포에서 CI/CD로. 그리고 이제 수동 코딩에서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으로.1 기술은 언제나 같은 일을 해왔다. 더 높은 수준의 고민을 가능하게 하는 것.2

《실용주의 프로그래머》가 말한 그 agency—책임지고, 해결하고, 선택지를 제시하는 것—는 여전히 우리 몫이다.

다만 관리할 대리자가 하나 늘었을 뿐.

Footnotes

  1. Intersog는 이를 “구현에서 오케스트레이션으로의 역할 전환”이라 표현한다 — The AI-Native Full-Stack Developer: Redefining Engineering Impact in 2025

  2. a16z도 동일한 관점을 제시한다: “AI-native 플랫폼은 사용자가 저수준 작업을 AI에게 위임하고, 고차원 사고에 시간을 쓰게 해준다” — The Future of Prosumer: The Rise of AI-Native Workflo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