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losive drawing
곧 아이가 태어난다. 가구를 조립해야 해서 매뉴얼을 폈다.
첫 장에 exploded drawing이라는 말이 있었다. 우리말로는 입체분해도. 부품들이 제자리에서 조금씩 떠올라 공중에 멈춰 있는 그림이다. 완성품 사진보다 이 흩어진 그림 한 장이 구조와 순서를 훨씬 정확히 말해줬다. 어느 나사가 어디로 들어가는지, 무엇이 무엇 위에 얹히는지가 설명 없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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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어가 남아서 그대로 프롬프트에 넣어봤다. 우리 프로젝트 배포 인프라 전반을 설명하는 문서를 쓰되 exploded drawing으로 그려달라고. 실제 가구 분해도 이미지도 같이 붙였다.
클로드 코드가 HTML 아티팩트를 만들었다. SVG로 나온 도식은 꽤 좋았다. 부품이 뜨듯이 컴포넌트가 떠 있고 그 사이 선이 배포 경로였다.

동료에게 공유했다.
“음, 괜찮네.”
그래서 덧붙였다. explosive drawing이라는 표현을 넣어서 프롬프팅한 거라고. 가구 분해도 이미지랑 같이.
“오!”
그 온도차가 재밌어서 말했다. “결과물보다 프롬프트 팁에 ‘오’ 하는 시대네요.” 같이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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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나서 남은 게 있다.
감탄이 결과물에서 레시피로 옮겨갔다. 잘 만든 도식은 이제 몇 분이면 나온다. 산출물은 흔해졌다. 희소해진 건 그걸 다시 만들 수 있게 하는 한 단어다. 동료가 “오”라고 한 건 내 도식이 아니라 이식 가능성에 대한 반응이었다. 저 단어는 자기 문서에도 쓸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단어는 AI 안에 있지 않았다. 가구 매뉴얼에 있었다.
프롬프트 실력이 프롬프트 공부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는 살면서 주워 담은 도메인 어휘의 재고에서 나온다. 제도, 악보, 지도, 레시피, 수술 기록, 조립 설명서. 각 분야가 수십 년 다듬어 놓은 “이 정보는 이렇게 보여주면 된다”는 형식들이다. 한 단어로 호출하면 모델이 그 형식을 통째로 끌고 온다.
좋은 프롬프트는 지시가 아니라 장르 지정에 가깝다. “구조를 설명해줘”는 산문을 부르고, “exploded drawing으로”는 도식을 부른다. 요구사항을 길게 쓰는 것보다 단어 하나를 정확히 고르는 쪽이 출력을 훨씬 크게 좁힌다.
공유의 문제도 있다. 아티팩트만 보내면 “괜찮네”에서 끝난다. 어떤 단어를 썼는지 같이 보내면 상대가 쓸 수 있는 물건이 된다. 요즘 팀에서 오가야 할 건 완성된 결과물보다 그걸 만든 한 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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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용어는 exploded drawing이다. 우리가 웃은 쪽은 내가 말한 explosive였지만 폭발해서 흩어진 그림이라는 오독도 저 그림엔 꽤 어울린다.